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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시설관리 노동자가 처해있는 법·제도적 문제
- 등록자
- 지병관
- 등록일
- 2010-01-15
1. 들어가며
○ 2000년 11월,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저단가 덤핑용역 등 2중, 3중의 착취로 덧씌워진 억압의 굴레를 깨뜨리고 이러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전면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 이러한 노조출범의 취지를 살려 지난 7월 16일 시설관리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모여 "침묵의 지하에서 투쟁의 광장으로!"라는 구호아래 처음으로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사회적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소규모로 분산 고립되어서 지금까지 자신의 사회적 요구사항을 한번도 제대로 외쳐보지 못한 시설노동자들에게는 비록 총파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제도개선투쟁을 조직하는 첫걸음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대회였다.
○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또한 주로 시설업종에 해당되는 근기법 적용제외 조항으로 인해 시설노동자는 이중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단위 사업장에서의 임단협 투쟁으로는 시설노동자가 처해있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이후에는 법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전면적으로 조직하겠다는 것이 시설노조의 중요 사업계획이다.
○ 이에 시설노동자가 처해있는 법·제도적 문제점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제도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현황
1) 직종현황
○ `시설관리`라 함은 업종구분에 있어 공공 및 민간 소유의 업무용(빌딩, 주상복합건물 등), 주거용(아파트 등) 건축물 및 시설의 유지관리 보수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며 좁은 의미로는 `건물관리` 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기능직(냉난방, 전기, 소방, 영선 등), 경비직, 환경미화, 주차관리를 들 수 있다.
○ 건물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건물 안의 각종 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에는 시설관리 부분을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하였지만 90년대 들어서 산업전반에 경영합리화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외주용역으로 바뀌기 시작해서 현재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불문하고 공공시설, 빌딩, 아파트 등의 시설관리업무의 90% 이상이 직영에서 용역으로 전환되었다.
○ 시설관리업종의 경우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거한 파견형태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파견법 상의 파견대상업무 26종 중 건물청소나 경비업무가 포함되어 있으나 공급업체가 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사업주의 경우 파견법 상의 사용자 책임을 일정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으며, 2년경과 후 고용의제 조항도 신경이 쓰이므로 파견형태를 취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용역회사가 형식적인 업무지휘 모양새만 갖추면 불법파견의 그물망을 쉽게 벗어날 수 있으므로 실제 노동력 공급은 파견형태이지만 도급형태로 계약을 맺는 것이 현실이다.
○ 시설관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나 근로조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된 통계는 없지만 유사하게 분류된 직종에 대한 노동시장 통계로 미루어 볼 때 시설관리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 직역별 종사자 수와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다음의 표를 참조할 수 있겠다.
직 종 종사자수 평균임금 평균근속년수 평균연령
전기시설관리원 71,515명
167만원 7년
39세
보일러 조작원 27,863명 154만원
6년 42세
경비 및 단순건물관리원 90만원 4년 57세
건물청소원 334,553명 78만원 4년 52세
주차안내원 16,035명 130만원 5년 41세
주차장 관리원 30,892명 113만원
3년 48세
계기검침 및 안전점검원 17,505명 131만원 6년 43세
* 2002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 조직현황
○ 시설관리 부문의 노동조합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서울지역만 해도 20여개 이상의 기업별 노조들이 설립되었고 90년도에 전국시설노조협의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신천개발, 동우공영, 서울지역시설노조 등). 한편 이와 별개로 아파트 부문은 주로 한국노총 계열의 노동조합들이 설립됐다.
○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특히 임금인상을 중심으로 한 투쟁들이 있었지만 이는 결국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는 기업별 노조투쟁의 한계를 보였다. 이후 `용역회사에서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연대투쟁으로 넘지 못했던 숱한 노조들이 사라졌다. 80년대만 해도 타 업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임금수준이었지만(제조업 대비 약 150% 정도) 이후 시설노동자는 무차별 덤핑식 용역시장에 내던져졌고, 구조화된 고용불안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노동조합으로 살아 남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졌다. 현장의 높은 이직률이 조합활동의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다.
○ 현재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시설관리노조, 시설연맹, 여성연맹, 각 지역 일반노조 등과 한국노총 산하의 아파트노동조합연맹, 연합노동조합연맹 등으로 분산되어 조직되어 있고 그 숫자는 4∼5천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조직대상자를 70만으로 봤을 때 1%도 안 되는 수치이다.
3) 근로조건
○ 시설관리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상의 `감시·단속적 근로`에 해당되어 근로시간, 휴게, 휴일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경비, 설비관리의 업무특성과 연장근로의 제한을 받지 않는 법규정으로 인해 대개는 24시간 교대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비직과 아파트 시설관리 기능직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맞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용역회사의 규모가 큰 경우(동우공영, 신천개발, 한국통신산업개발 등)는 이틀 혹은 3일에 한번정도 24시간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 교대제 근로의 경우 몇 조 몇 교대인지에 불문하고 요일이나 공휴일 구분 없이 계속 돌아가며 근무하게 된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시설노조 부산만덕터널 지부는 지난 10월 중순 파업을 했을 때야 비로소 A, B조가 15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술을 먹을 수 있었다.
○ 미화의 경우는 사무실 근무자들이 출근하기 이전인 6, 7시경에 출근해서 4, 5시경 퇴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토요일은 오전만 근무하고 일요일은 휴무이다.
○ 임금의 경우는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 포괄임금제가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표현은 다르지만 포괄역산제로 임금총액을 정해 놓은 후 임금항목을 역산한 경우가 있고, 항목 구분 없이 `기본급 및 제수당 포함`이라고 명시해 놓은 경우가 있다. 월 임금총액은 경비직이 80 ∼ 90만원 가량, 기능직이 120만원 내외 정도로 보면 된다.
○ 미화직의 경우는 법정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법정최저임금에 월차수당, 생리수당이 추가되어 60∼70만원 가량 된다. 식대를 지급 받는 미화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 시설관리 노동자의 임금지급상의 문제는 직제 혹은 호봉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경비직과 미화직의 경우는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차등이 거의 없으며 다만 반장, 조장 등을 두고 직책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기능직의 경우도 규모가 작은 용역회사의 경우는 대동소이하고 이러한 점이 잦은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설관리노동자에게 휴가제도는 다른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는 교대제 근무로 인해 휴가 사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고, 미화직의 경우는 낮은 임금으로 인해 휴가는 곧 수당을 의미할 뿐이다.
3. 용역계약에 의한 간접고용의 문제
1) 상시적인 고용불안
○ 시설관리 노동자의 90% 이상이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통상 1년 단위로 체결되는 용역계약에 따라 소속 노동자의 고용도 1년 단위로 결정된다. 용역회사가 전문화, 대형화되어 있는 경우는 여러 곳의 용역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곳이 계약해지 되더라도 해당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 할 수 있으나 이는 노동조합이 힘있게 활동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 대개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특정한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하는 것이 통례지만, 이 역시 새로운 용역회사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선별입사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근로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에 대한 법원과 행정기관의 견해도 시설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법원은 사업의 양도·양수와 흡수·합병의 경우는 원칙승계설에 근거해서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 된다고 보고 있다.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말하고,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양도인과 근로자간에 체결된 고용계약도 양수인에게 승계된다."
하지만 용역회사 변경의 경우는 인적, 물적 조직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사업주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고용승계의무는 없다는 것이 법원이나 행정기관의 입장이다.
○ 아파트 시설관리의 경우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 혹은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관리형태를 변경할 경우는 고용이 승계된다고 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하다가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하게 하는 등 관리형태 변경시에는 새로운 수탁업체가 당해 아파트관리업무 종사자의 고용을 승계하여야 함이 원칙이므로 관리형태 변경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
○ 하지만 위탁관리 업체가 변경되는 경우는 예전에는 업무의 동질성이 유지되므로 고용이 승계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가 현재는 정반대로 입장이 바뀌어서 새로운 위탁업체의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령 제10조 제4항에 의거 아파트 관리의 위탁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아파트 관리업무의 동질성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의 변경에 불과하다할 것이므로 동 아파트 관리를 위하여 채용된 자의 고용관계는 승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를 하지 아니하고 위탁업체에 위탁관리를 하다가 새로운 위탁업체에 위탁을 승계한 경우 근로관계가 의무적으로 승계 되는 것은 아니다."
2) 최저가낙찰제에 의한 최저임금의 고착화
○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경쟁입찰은 `감시단속적 근로`와 더불어 시설관리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상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최저가 경쟁입찰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제한과 거리낌없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 용역회사의 이윤은 결국 용역단가(보통 부가가치세 포함)와 용역노동자에게 지급한 임금의 차액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특별한 자본투자가 필요 없는 시설관리업의 특성상 이러한 이윤을 중간착취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직접고용 했으면 안 내도 되는 부가가치세까지 도급비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관행으로 인해 결국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은 일반 국민이 내는 세금을 똑같이 낼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까지 내고 있는 셈이다.
○ 최저가 낙찰제는 민간자본 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는 제도이다. 아니, 오히려 공공부문이 덤핑입찰을 주도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조달청이 입찰을 대행하는 부산해양대와 서울대의 경우 이미 최저임금법 위반의 전력을 갖고 있다.
3) 원청의 사용자성 부정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용역회사와 아무리 열심히 단체교섭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미화나 경비직만 있는 용역회사의 경우는 말은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역회사의 역할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불능력도 덤핑입찰을 통해 받아낸 도급액이 고작인 실정이다. 따라서 실질사용자는 법적인 측면에서, 용역회사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용자가 아닌 셈이고 결국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노동3권에 기반해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 위탁관리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는 대개 수탁회사와 평당 수수료 20∼30원(전체 아파트 단지로 계산해도 200만원내외)씩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수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며 아파트 관리비에서 직접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임금결정과 직원인사를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이 형식적인 위탁계약서로 인해 부정되고 있다. 시설노조의 아파트 사업장인 부산 몰운대아파트지부의 경우 수탁회사가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와 직접 임단협을 맺고 있고 취업규칙상의 사용자도 입주자대표회의로 수정했지만 법적인 사용자는 여전히 수탁회사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유사한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입주자대표회의)는 위수탁관리 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일부 직원의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관리사무소 업무의 수행상태를 감독하기도 하고, 참가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인 임금, 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여 왔다고 할 것이지만, 수탁회사나 그 대리인인 관리사무소장이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가지는 참가인 조합원들에 대한 임면, 징계, 배치 등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내지 형해화 되어 참가인 조합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또 원고가 참가인 조합원들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그 업무수행과정에 있어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참가인 조합원들과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
4) 노동3권의 제한
○ 간접고용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용역노동자들의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 사용사업주는 용역계약해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아예 용역계약서 상에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삽입하기도 한다. 신천개발지부의 경우는 지난 7월 시설노동자 결의대회 참석을 이유로 해서 실제로 서울역사 시설관리 용역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사용사업주의 법적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해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 단체교섭권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질적인 의미를 찾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법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나 노동부 역시 사용자성을 `당해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고, 실제로 2001년에 시설노조 연세대 원주캠퍼스지부의 신규 임단협 과정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연세대학교를 사용자로서 쟁의조정을 신청하였으나 정작 조정위원회는 참가한 대학교 측 담당자를 되돌려 보내고 용역회사를 불러들이는 일 마저 있었다.
4.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의 문제
○ 다른 간접고용노동자와는 달리 시설관리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적 굴레라고 할 수 있는 규정이 바로 감시·단속적 근로이다. 근로기준법 제61조(적용의 제외) 규정은 미화직을 제외한 기능직, 경비직 등의 시설관리 노동자에게는 가히 노예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해당되어 사용자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휴게·휴일 및 최저임금법의 규정을 적용 받지 못하게 된다.
○ 감시·단속적 근로의 경우는 근로의 밀도가 보통의 경우보다는 낮다고 인정해서 사용자가 노동법상의 일부 의무규정을 합법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의 편법적 운용에 의해 장시간노동이 강요되고 있으며, 법 상의 적용제외 규정 이외에도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연월차 휴가규정까지 불법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다.
○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규정은 시설관리 노동자의 저임금·장시간노동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
○근로의 종류나 밀도를 불문하고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제 근로조건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다만 노사간의 현실적인 불평등관계를 고려하여 노동법에서는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상의 기준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감시·단속적 근로의 경우는 법 상으로 일부규정의 적용제외를 명시함으로써 `근로조건의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의미조차도 살리지 못하는 쪽으로 해석,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시·단속적 근로는 장시간 근로와 야간근로를 내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히려 근기법 상의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과도한 근로조건의 저하가 일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동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사전에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근기법 제61조 규정은 폐지되어야 하고,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한도에서의 당사자간 임금결정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5. 포괄임금제의 문제
○ 소위 포괄임금제란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임금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임금계약을 말한다. 포괄임금제는 판례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근로계약 체결시에 기본임금을 결정한 후 이에 따르는 제 수당을 계산하지 않고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와 그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근로자의 승낙 하에 매월 일정액을 시간외근로수당,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시설관리 노동자의 경우는 감시·단속적 근로라는 특성으로 인해 임금계약시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연봉을 월 균등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하면서 단서로 "월급에는 법정 제수당이 포함된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에 따라서 해당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제 법정수당을 적용 받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는 퇴직금 역시 월급여에 포함하여 불법적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우선 포괄임금제는 근기법 제24조의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특히 임금의 경우는 구성항목, 계산방법 및 지불방법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포괄임금제가 폭넓게 인정됨으로써 동 조항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월차수당이 당해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봄으로써 근기법 상 휴가 사용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제 규정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다.
○ 사용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동 조항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속규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법상의 위험부담도 사용자에게 지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본다면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계약은 무효는 아니지만 그 포괄임금 총액을 통상임금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법정 제 수당을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포괄임금제가 일반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에게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법원의 포괄임금제 인정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사용자에 의한 탈법행위를 합법화시켜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포괄산정 임금제도는 논리를 따져 보나 실태를 보나 적정하지 못한 제도로 이 제도를 인정하는 데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해석이나 법운용, 그리고 기업의 실무에서 포괄산정 임금제도는 하루 속히 자취를 감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명백한 법적 근거없이 인정되어 온 포괄임금제는 전면 금지되어야 하며, 임금구성항목 명시의무에 대한 행정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6. 맺으며
○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간접고용으로 인한 폐해뿐만이 아니라 감시단속적 근로라는 근기법 규정으로 인해 이중으로 저임금, 장시간근로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열악한 근로조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차별대우를 규정하고 있음으로 해서 시설노동자가 스스로를 2등 국민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설노동자들의 제도개선투쟁은 단순히 근로조건을 개선시킨다는 측면이라기 보다는 똑같은 노동자로서 대우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이 반영된 것이다.
○ 임금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의 결정은 노사자치의 원칙 하에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실적인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노동자가 사용자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헌법상에 노동3권을 보장해 놓은 것이다.
○ 하지만 간접고용사업장의 경우 사용사업주의 법적인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나,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 등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법개정을 통해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이 있다. 시설관리 노동자가 제도개선 투쟁에 떨쳐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2000년 11월,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저단가 덤핑용역 등 2중, 3중의 착취로 덧씌워진 억압의 굴레를 깨뜨리고 이러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전면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 이러한 노조출범의 취지를 살려 지난 7월 16일 시설관리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모여 "침묵의 지하에서 투쟁의 광장으로!"라는 구호아래 처음으로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사회적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소규모로 분산 고립되어서 지금까지 자신의 사회적 요구사항을 한번도 제대로 외쳐보지 못한 시설노동자들에게는 비록 총파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제도개선투쟁을 조직하는 첫걸음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대회였다.
○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또한 주로 시설업종에 해당되는 근기법 적용제외 조항으로 인해 시설노동자는 이중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단위 사업장에서의 임단협 투쟁으로는 시설노동자가 처해있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이후에는 법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전면적으로 조직하겠다는 것이 시설노조의 중요 사업계획이다.
○ 이에 시설노동자가 처해있는 법·제도적 문제점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제도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현황
1) 직종현황
○ `시설관리`라 함은 업종구분에 있어 공공 및 민간 소유의 업무용(빌딩, 주상복합건물 등), 주거용(아파트 등) 건축물 및 시설의 유지관리 보수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며 좁은 의미로는 `건물관리` 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기능직(냉난방, 전기, 소방, 영선 등), 경비직, 환경미화, 주차관리를 들 수 있다.
○ 건물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건물 안의 각종 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에는 시설관리 부분을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하였지만 90년대 들어서 산업전반에 경영합리화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외주용역으로 바뀌기 시작해서 현재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불문하고 공공시설, 빌딩, 아파트 등의 시설관리업무의 90% 이상이 직영에서 용역으로 전환되었다.
○ 시설관리업종의 경우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거한 파견형태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파견법 상의 파견대상업무 26종 중 건물청소나 경비업무가 포함되어 있으나 공급업체가 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사업주의 경우 파견법 상의 사용자 책임을 일정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으며, 2년경과 후 고용의제 조항도 신경이 쓰이므로 파견형태를 취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용역회사가 형식적인 업무지휘 모양새만 갖추면 불법파견의 그물망을 쉽게 벗어날 수 있으므로 실제 노동력 공급은 파견형태이지만 도급형태로 계약을 맺는 것이 현실이다.
○ 시설관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나 근로조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된 통계는 없지만 유사하게 분류된 직종에 대한 노동시장 통계로 미루어 볼 때 시설관리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 직역별 종사자 수와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다음의 표를 참조할 수 있겠다.
직 종 종사자수 평균임금 평균근속년수 평균연령
전기시설관리원 71,515명
167만원 7년
39세
보일러 조작원 27,863명 154만원
6년 42세
경비 및 단순건물관리원 90만원 4년 57세
건물청소원 334,553명 78만원 4년 52세
주차안내원 16,035명 130만원 5년 41세
주차장 관리원 30,892명 113만원
3년 48세
계기검침 및 안전점검원 17,505명 131만원 6년 43세
* 2002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 조직현황
○ 시설관리 부문의 노동조합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서울지역만 해도 20여개 이상의 기업별 노조들이 설립되었고 90년도에 전국시설노조협의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신천개발, 동우공영, 서울지역시설노조 등). 한편 이와 별개로 아파트 부문은 주로 한국노총 계열의 노동조합들이 설립됐다.
○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특히 임금인상을 중심으로 한 투쟁들이 있었지만 이는 결국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는 기업별 노조투쟁의 한계를 보였다. 이후 `용역회사에서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연대투쟁으로 넘지 못했던 숱한 노조들이 사라졌다. 80년대만 해도 타 업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임금수준이었지만(제조업 대비 약 150% 정도) 이후 시설노동자는 무차별 덤핑식 용역시장에 내던져졌고, 구조화된 고용불안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노동조합으로 살아 남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졌다. 현장의 높은 이직률이 조합활동의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다.
○ 현재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시설관리노조, 시설연맹, 여성연맹, 각 지역 일반노조 등과 한국노총 산하의 아파트노동조합연맹, 연합노동조합연맹 등으로 분산되어 조직되어 있고 그 숫자는 4∼5천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조직대상자를 70만으로 봤을 때 1%도 안 되는 수치이다.
3) 근로조건
○ 시설관리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상의 `감시·단속적 근로`에 해당되어 근로시간, 휴게, 휴일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경비, 설비관리의 업무특성과 연장근로의 제한을 받지 않는 법규정으로 인해 대개는 24시간 교대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비직과 아파트 시설관리 기능직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맞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용역회사의 규모가 큰 경우(동우공영, 신천개발, 한국통신산업개발 등)는 이틀 혹은 3일에 한번정도 24시간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 교대제 근로의 경우 몇 조 몇 교대인지에 불문하고 요일이나 공휴일 구분 없이 계속 돌아가며 근무하게 된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시설노조 부산만덕터널 지부는 지난 10월 중순 파업을 했을 때야 비로소 A, B조가 15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술을 먹을 수 있었다.
○ 미화의 경우는 사무실 근무자들이 출근하기 이전인 6, 7시경에 출근해서 4, 5시경 퇴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토요일은 오전만 근무하고 일요일은 휴무이다.
○ 임금의 경우는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 포괄임금제가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표현은 다르지만 포괄역산제로 임금총액을 정해 놓은 후 임금항목을 역산한 경우가 있고, 항목 구분 없이 `기본급 및 제수당 포함`이라고 명시해 놓은 경우가 있다. 월 임금총액은 경비직이 80 ∼ 90만원 가량, 기능직이 120만원 내외 정도로 보면 된다.
○ 미화직의 경우는 법정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법정최저임금에 월차수당, 생리수당이 추가되어 60∼70만원 가량 된다. 식대를 지급 받는 미화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 시설관리 노동자의 임금지급상의 문제는 직제 혹은 호봉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경비직과 미화직의 경우는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차등이 거의 없으며 다만 반장, 조장 등을 두고 직책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기능직의 경우도 규모가 작은 용역회사의 경우는 대동소이하고 이러한 점이 잦은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설관리노동자에게 휴가제도는 다른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기능직과 경비직의 경우는 교대제 근무로 인해 휴가 사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고, 미화직의 경우는 낮은 임금으로 인해 휴가는 곧 수당을 의미할 뿐이다.
3. 용역계약에 의한 간접고용의 문제
1) 상시적인 고용불안
○ 시설관리 노동자의 90% 이상이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통상 1년 단위로 체결되는 용역계약에 따라 소속 노동자의 고용도 1년 단위로 결정된다. 용역회사가 전문화, 대형화되어 있는 경우는 여러 곳의 용역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곳이 계약해지 되더라도 해당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 할 수 있으나 이는 노동조합이 힘있게 활동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 대개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특정한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하는 것이 통례지만, 이 역시 새로운 용역회사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선별입사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근로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에 대한 법원과 행정기관의 견해도 시설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법원은 사업의 양도·양수와 흡수·합병의 경우는 원칙승계설에 근거해서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 된다고 보고 있다.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말하고,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양도인과 근로자간에 체결된 고용계약도 양수인에게 승계된다."
하지만 용역회사 변경의 경우는 인적, 물적 조직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사업주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고용승계의무는 없다는 것이 법원이나 행정기관의 입장이다.
○ 아파트 시설관리의 경우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 혹은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관리형태를 변경할 경우는 고용이 승계된다고 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하다가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하게 하는 등 관리형태 변경시에는 새로운 수탁업체가 당해 아파트관리업무 종사자의 고용을 승계하여야 함이 원칙이므로 관리형태 변경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
○ 하지만 위탁관리 업체가 변경되는 경우는 예전에는 업무의 동질성이 유지되므로 고용이 승계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가 현재는 정반대로 입장이 바뀌어서 새로운 위탁업체의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령 제10조 제4항에 의거 아파트 관리의 위탁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아파트 관리업무의 동질성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의 변경에 불과하다할 것이므로 동 아파트 관리를 위하여 채용된 자의 고용관계는 승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를 하지 아니하고 위탁업체에 위탁관리를 하다가 새로운 위탁업체에 위탁을 승계한 경우 근로관계가 의무적으로 승계 되는 것은 아니다."
2) 최저가낙찰제에 의한 최저임금의 고착화
○ 최저가 낙찰제에 의한 경쟁입찰은 `감시단속적 근로`와 더불어 시설관리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상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최저가 경쟁입찰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제한과 거리낌없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 용역회사의 이윤은 결국 용역단가(보통 부가가치세 포함)와 용역노동자에게 지급한 임금의 차액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특별한 자본투자가 필요 없는 시설관리업의 특성상 이러한 이윤을 중간착취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직접고용 했으면 안 내도 되는 부가가치세까지 도급비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관행으로 인해 결국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은 일반 국민이 내는 세금을 똑같이 낼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까지 내고 있는 셈이다.
○ 최저가 낙찰제는 민간자본 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는 제도이다. 아니, 오히려 공공부문이 덤핑입찰을 주도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조달청이 입찰을 대행하는 부산해양대와 서울대의 경우 이미 최저임금법 위반의 전력을 갖고 있다.
3) 원청의 사용자성 부정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용역회사와 아무리 열심히 단체교섭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미화나 경비직만 있는 용역회사의 경우는 말은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역회사의 역할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불능력도 덤핑입찰을 통해 받아낸 도급액이 고작인 실정이다. 따라서 실질사용자는 법적인 측면에서, 용역회사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용자가 아닌 셈이고 결국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노동3권에 기반해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 위탁관리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는 대개 수탁회사와 평당 수수료 20∼30원(전체 아파트 단지로 계산해도 200만원내외)씩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수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며 아파트 관리비에서 직접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임금결정과 직원인사를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이 형식적인 위탁계약서로 인해 부정되고 있다. 시설노조의 아파트 사업장인 부산 몰운대아파트지부의 경우 수탁회사가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와 직접 임단협을 맺고 있고 취업규칙상의 사용자도 입주자대표회의로 수정했지만 법적인 사용자는 여전히 수탁회사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유사한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입주자대표회의)는 위수탁관리 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일부 직원의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관리사무소 업무의 수행상태를 감독하기도 하고, 참가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인 임금, 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여 왔다고 할 것이지만, 수탁회사나 그 대리인인 관리사무소장이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가지는 참가인 조합원들에 대한 임면, 징계, 배치 등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내지 형해화 되어 참가인 조합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또 원고가 참가인 조합원들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그 업무수행과정에 있어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참가인 조합원들과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
4) 노동3권의 제한
○ 간접고용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용역노동자들의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 사용사업주는 용역계약해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아예 용역계약서 상에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삽입하기도 한다. 신천개발지부의 경우는 지난 7월 시설노동자 결의대회 참석을 이유로 해서 실제로 서울역사 시설관리 용역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사용사업주의 법적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해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 단체교섭권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질적인 의미를 찾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법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나 노동부 역시 사용자성을 `당해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로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고, 실제로 2001년에 시설노조 연세대 원주캠퍼스지부의 신규 임단협 과정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연세대학교를 사용자로서 쟁의조정을 신청하였으나 정작 조정위원회는 참가한 대학교 측 담당자를 되돌려 보내고 용역회사를 불러들이는 일 마저 있었다.
4.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의 문제
○ 다른 간접고용노동자와는 달리 시설관리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적 굴레라고 할 수 있는 규정이 바로 감시·단속적 근로이다. 근로기준법 제61조(적용의 제외) 규정은 미화직을 제외한 기능직, 경비직 등의 시설관리 노동자에게는 가히 노예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해당되어 사용자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휴게·휴일 및 최저임금법의 규정을 적용 받지 못하게 된다.
○ 감시·단속적 근로의 경우는 근로의 밀도가 보통의 경우보다는 낮다고 인정해서 사용자가 노동법상의 일부 의무규정을 합법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의 편법적 운용에 의해 장시간노동이 강요되고 있으며, 법 상의 적용제외 규정 이외에도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연월차 휴가규정까지 불법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다.
○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규정은 시설관리 노동자의 저임금·장시간노동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
○근로의 종류나 밀도를 불문하고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제 근로조건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다만 노사간의 현실적인 불평등관계를 고려하여 노동법에서는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상의 기준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감시·단속적 근로의 경우는 법 상으로 일부규정의 적용제외를 명시함으로써 `근로조건의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의미조차도 살리지 못하는 쪽으로 해석,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시·단속적 근로는 장시간 근로와 야간근로를 내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히려 근기법 상의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과도한 근로조건의 저하가 일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동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사전에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근기법 제61조 규정은 폐지되어야 하고,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한도에서의 당사자간 임금결정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5. 포괄임금제의 문제
○ 소위 포괄임금제란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임금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임금계약을 말한다. 포괄임금제는 판례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근로계약 체결시에 기본임금을 결정한 후 이에 따르는 제 수당을 계산하지 않고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와 그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근로자의 승낙 하에 매월 일정액을 시간외근로수당,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시설관리 노동자의 경우는 감시·단속적 근로라는 특성으로 인해 임금계약시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연봉을 월 균등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하면서 단서로 "월급에는 법정 제수당이 포함된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에 따라서 해당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제 법정수당을 적용 받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는 퇴직금 역시 월급여에 포함하여 불법적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우선 포괄임금제는 근기법 제24조의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특히 임금의 경우는 구성항목, 계산방법 및 지불방법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포괄임금제가 폭넓게 인정됨으로써 동 조항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월차수당이 당해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봄으로써 근기법 상 휴가 사용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제 규정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다.
○ 사용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동 조항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속규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법상의 위험부담도 사용자에게 지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본다면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계약은 무효는 아니지만 그 포괄임금 총액을 통상임금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법정 제 수당을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포괄임금제가 일반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에게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법원의 포괄임금제 인정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사용자에 의한 탈법행위를 합법화시켜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포괄산정 임금제도는 논리를 따져 보나 실태를 보나 적정하지 못한 제도로 이 제도를 인정하는 데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해석이나 법운용, 그리고 기업의 실무에서 포괄산정 임금제도는 하루 속히 자취를 감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명백한 법적 근거없이 인정되어 온 포괄임금제는 전면 금지되어야 하며, 임금구성항목 명시의무에 대한 행정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6. 맺으며
○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간접고용으로 인한 폐해뿐만이 아니라 감시단속적 근로라는 근기법 규정으로 인해 이중으로 저임금, 장시간근로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열악한 근로조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차별대우를 규정하고 있음으로 해서 시설노동자가 스스로를 2등 국민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설노동자들의 제도개선투쟁은 단순히 근로조건을 개선시킨다는 측면이라기 보다는 똑같은 노동자로서 대우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이 반영된 것이다.
○ 임금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의 결정은 노사자치의 원칙 하에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실적인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노동자가 사용자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헌법상에 노동3권을 보장해 놓은 것이다.
○ 하지만 간접고용사업장의 경우 사용사업주의 법적인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나,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 등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법개정을 통해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이 있다. 시설관리 노동자가 제도개선 투쟁에 떨쳐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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