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탄핵인용] 헌정 첫 대통령 탄핵 '벚꽃대선' 현실로..60일간 대혈투 시작
(서울=뉴스1) 최종무 기자 = '벚꽃대선'이 현실화됐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받아든 정치권은 곧바로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을 하게 됐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의 지위를 상실했고, '대통령이 궐위된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의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헌법 규정을 고려하면 조기 대선일은 오는 5월 9일이 유력하다.
이날부터 대권을 향한 대혈투의 막이 올랐다. 여야 정치권도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지금까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왔다.
이제 여야 각 정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할 전망이다.
여야 각 정당 중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민주당은 현재 후보들 간 합동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지며 모바일 ARS 투표, 인터넷 투표, 순회경선 투표, 최종 현장투표 등 네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경선에서 50% 득표율이 넘는 후보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이르면 다음달 3일 늦어도 다음달 8일에는 대선후보가 최종 확정된다.
바른정당도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신청 접수를 받고, 28일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최종 확정한다. 바른정당은 국민정책평가단 투표 40%, 당원선거인단 투표 30%, 일반국민여론조사 30%안을 최종 경선룰로 확정한 상태다.
국민의당은 경선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측과 손학규 전 대표측이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경선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당내 경선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자유한국당도 이날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본격적인 경선룰 수립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르면 오는 13일 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대선과 관련 현재까지의 흐름은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대선이 60일 이내에 '속전속결'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찌감치 탄핵 인용에 대비해 조직을 정비해 온 야권의 후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합이 60%를 넘고 있다. 여기에 1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합하면 70%를 넘어선다.
이에 야권에서는 대선 때까지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박근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정권교체의 불가피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의 앞날은 가시밭길 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처참하게 무너진 보수 진영은 그야말로 힘든 레이스를 진행해야 한다.
당장 눈에 띠는 대선주자가 없다.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5%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분위기 반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도 들린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샤이보수'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샤이보수'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막판 보수대결집을 통한 '카운터펀치'를 노리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보수후보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화력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한 곳에 집중, 야권과 1대1 구도를 만들자는 의미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야권에 정권을 내줘서는 안된다는 보수 진영의 요구가 분출될 경우 '보수후보단일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한민국호(號)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가운데 '지키려는 자'(보수)와 '빼앗으려는 자'(진보)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